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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를 이용한 고양이 포획 방법

c. My BeBe

by 징징_ 2013. 6. 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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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알다시피, 고양이를 포획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1. 상자 또는 바구니를 준비한다.
2. 기다린다.
3. 포획 완료


진짜임! 정말 진짜임!
상자, 바구니는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얼마 전, 옥션에서 호박맛제리를 한 바구니 샀다. 젤리 아니고 제리임.
이 호박맛제리는 어릴 때 먹던 바로 그 추억의 간식으로(나모키가, 나는 먹어본 적 없음)
2년 전쯤? ㅅㅎ네 집에 놀러갔다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들린 그 아파트 단지 앞 조그만 가게에서
다시 발견하고 하나에 오십원짜리를 20개 샀던가, 암튼 나모키가 쾌재를 부르며 너무너무 좋아해서
급기야 ㅅㅎ가 호박 바구니에다가 가득 담아 선물로도 주었던 바로 그 호박맛제리이다.
한동안 또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갑자기 호박젤리를 사달라고 해서,
샤샥 검색해 보았더니 파네? 한 바구니 가득 11,900원.호박젤리 아니고 호박맛제리라고 그런가?
아무튼 결제 고고-


그리고 얼마 후, 바구니는 텅 비어버렸다.
호박맛제리를 너무나 좋아하는 진격의 나모키.
회사 워크샵 갈 때 좀 가져갔는데, 실장님도 좋아하신걸 보면 사십대 남자들이 선호하는 식품인 것 같기도. ㅋㅋ


자, 호박맛제리도 다 먹었겠다, 이것으로 고양이를 포획할 준비 완료!
지금까지 고양이를 잡으려고 호박맛제리 한 바구니를 산 ㅇㅍ아주머니의 이야기-





뭐, 아무튼 바구니를 거실에 던져놓자 마자
기다릴 틈도 없이 일단 한 마리를 잡았다.

체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반질거리는 털과 적당히 근육잡힌 몸으로 보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녀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앗, 그런데 곧 이어 두 번째 녀석이 등장.
바구니를 차지한 첫 번째 녀석의 주위를 맴돌고, 첫 번째 녀석은 애써 모르는 척 한다.
이번에 등장한 녀석은 구멍난 어그를 신고 다니는 털쟁이로 술 취한 왕년의 멋쟁이 같은 느낌이랄까?
나이는 첫 번째 녀석보다 어려 보이는데 덩치가 훨씬 크다.
어떻게 될까, 이 승부는?





덩치는 크지만, 아직까지 녀석은 요령이 없었다.
일단 주위에 죽치고 앉아, 바구니에 쪼그려 앉은 첫 번째 녀석의 다리에 쥐가 나기를 기다려본다.
가만 보니 털쟁이 녀석은 어디 가서 털도 좀 밀리고 온 듯? 생각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녀석일지도 모른다.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이 승부!





뭐랄까, 이건 조폭의 유치권행사 중 뭐 이런 느낌?





결국 호박맛제리 바구니를 차지한 두 번째 녀석-
덩치가 한 없이 커보이더니 그래도 바구니 안에 쏙 들어가는 걸 보면 아직도 녀석은 다 큰 건 아닌가보다.





으음? 등이 좀 삐져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털을 밀려서 이 정도지, 안 그랬으면 바구니를 전체적으로 다 뒤덮었을 수도 있겠다.





앗, 두 번째 녀석이 바구니를 차지하자마자 세 번째 녀석도 등장!





땅딸하고 다부진 체격 뿐 아니라, 전신을 휘감은 화려한 문신에서 포스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의 공포심! 용역업체 에이스라든가, 뭐 그런 애인가봉가!
꼬리도 두툼한 것이 마치 악어의 그것처럼, 한 대 맞으면 붕~ 날라갈 것만 같다.
탄탄하고 알찬 것이 두 번째 녀석의 털방망이 꼬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마치, 게임처럼 뒤로 갈수록 점점 센 녀석들이 나오는 것이-
오오, 고조되는 이 기분! 알 수 없는 이 승부!
+_+
지켜보는 관중 (남 1, 여 1)들도 손에 땀을 쥐며 몰입하고 있다.





앗, 그런데 이 결말은 대체 뭥가!
전신문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쉽게 바구니를 포기한 세 번째 녀석-
알고보니 녀석은 문신만 화려할 뿐, 가느다란 목소리의 감성 충만한 소녀였던 것이다.
폭력과 다툼을 지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녀석답게 바구니는 털쟁이에게 양보하고
그저 높다란 트릴로에 올라 앉아 모든 것을 해탈한 표정으로 오수를 즐긴다.
이 아름다운 광경에 감동의 물결이 철썩~


어쨌든 오늘의 성과는 고양이 세 녀석 포획 완료-
사실 제일 잡기 힘든 끝판왕 녀석이 하나 더 있는데, 걔는 호박맛제리 바구니 따위로는 잡을 수가 없다.
걔는 아이맥이나 맥프로 박스 정도 되어야 겨우 잡을까 말까함.
아니면 제일 효과 좋은 거는 침대를 그냥 통채로 거실로 옮겨다 놓거나.
역시 끝판왕 답다.


오늘도 오피아이는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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