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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2007 Summer_1

f. JiNJiN TriP

by 징징_ 2007. 10. 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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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사진은 발로 찍었냐;;" 자괴감과
"장편은 왠지 자신없는걸요 ☞☜" 소심함에
푸욱 절여저 도무지 외면만 하고 있었던 일본여행기.
콩떡양의 협박에 못이겨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근데!
아아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흥도 꺼지고 기억도 가물가물...뭐, 그래도 고고싱!

PT에 굵직한 하반기 프로모션에 월간마감까지!
일복이 터져 8월 말까지는 여름휴가는 꿈도 못꾸고 숨죽이고 보냈던 징징
정말이지 휴가가도 좋다는 '8월말'이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결혼 후 첫 여름 휴가는, 나모키와 수근수근 백만번 한 끝에 일본 도쿄로 떠나자고 결정하였다.
나모키의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여있다는 점
그동안 내가 일본여행 꼭 가고 싶다고 노래 불렀던 점 등의 이유가
돈 없고 돈 없으며 돈 없어서 돈 없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앞섰던 것이다.

먼저,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예약했다.
8월 말이라서 여유로울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산! 우후훗-!
마일리지로 가는 거라서 더욱 그런지 몰라도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갑자기 군대시절 하늘딸별땅의 BB를 좋아했다던 나모키의 즈질발언이 떠오른다, 아아;;)
급기야는 부산발 항공권!을 예매하기에 이르렀다. 부산까지 어찌가냐;
비행기타고 일본 가는거보다, 버스나 기차타고 서울에서 부산가는게 더 오래걸려;;
그래도 뭐 공짜니까, 라는 마음과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결정했다.
안그러면 표가 없으니까요-!!!

먼저 도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회사 퐈댈님한테서 여행책자를 빌렸다.
인터넷으로 지하철 노선도 찾아보고, 윙버스도 찾아보고 사람들의 여행기도 찾아보았다.
양콩떡양은 끊임없이 내게 일본여행(에서 먹을 수 있는것)과 관련된 URL를 던져주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여행 중 휴대할만한 얇은 책자도 하나 사고
(요거 완전 유용하게 사용, 무엇보다도 정확한 지도가 고마웠다.)
매일매일 퇴근해서는 뒤적뒤적거리면서 꿈에 부풀어 지냈다.
짧은 2박3일의 기간동안 어떻게 다 보나, 초조했던 것이
욕심을 버리고 서쪽만 보자, 고 결정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워낙에 꼼꼼하셔가지고 나모키나 나나 -_-
여행코스는 대략적으로 큰 동선만 짜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여행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겨요, 우리, 우!

JPRooms(www.jprooms.com)에서 호텔을 예약했다.
신주쿠 지역에 위치한 Asuka Hotel. 이 호텔의 경쟁력은 온리 가격? -_-
좁지만 깔끔한 호텔방에서 유카타를 입고 사진을 찍겠노라 부풀어있던 나의 꿈을
한방에 앗아간 그 호텔!! ㅠ_ㅠ 너무너무 속상해서 사진도 안찍었다.
1층에 세븐일레븐이 있었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장점이라 하겠다, 젱장!
그나마 뜨거운 물도 콸콸 안나오고 비데도 없었으면 나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무트 서러운 맘을 꾹꾹 눌러가면서 도쿄로, GoGo 징징!


8월26일 일요일
밤 11시에 집을 나서 강남고속터미널로 가서, 예매해두었던 12시 출발 버스를 탔다.
간식을 잔뜩 사서 와구와구 먹고 난 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난 푹 자고 나모키는 거의 깨서 갔다.
난 어디서나 너무 잘 자서 탈, 나모키는 잘 못 자서 탈;;

8월 27일 월요일
새벽 4시 부산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한시간쯤 비비적대다가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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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서면시장 골목



여기가 돼지국밥의 원조라는 나모키 말에 아침메뉴 결정하였다.
부산 서민들의 음식 돼지국밥, 뚝배기에 한가득 퍼서 숟가락 퍽 꽂혀 나오는 그게 그렇게 맛있다는데...
맘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서 그 날 장사를 준비하고 계시는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첫 손님! 돼지국밥 두 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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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시한 징징 아주머니


기다리면서 셀카질하는 잠 덜 깬 징징아주머니는 내내 신나있다.
앞머리는 일자여가지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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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돼지국밥, 원츄러뷰!


이것이 4,500원짜리 돼지국밥! 아훗, 너무너무 맛있다.
특이한 것은 저 뒤로 보이는 부추(정구지라고 하더라)무침을 넣어 먹는다는 점인데,
김치보다도 훨씬 맛이 잘 어울렸다.
깍두기도 배추김치도 풋고추도 맛있었던, 무엇보다도 진한 국물에 고기가 왕창 들어간 최고의 돼지국밥!
잠이 덜 깨서 다 못먹고 남기고 온 것이 지금 이 순간도 아쉽고 아깝다.
이번 추석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저 집에 꼭 다시 가서 돼지국밥 먹자고 남평이랑 약속약속!

큰 길로 나가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버스에서 입 벌리고 자다가 남평한테 사진 찍혔다,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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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김해공항으로 말할것 같으면 올해 1월1일,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가 매진되어 웨이팅 걸어놓고
4시간 개기던 바로 그 김해공항인 것이다.
이렇게 보니 새롭다.
사진 찍고 있는데,
여기는 군사공항이라 아마 사진 찍는거 제지할 거라는 남평 말에
소심한 에이형은 슬쩍 카메라를 집어 넣는다;

으하핫, 신나! 이제 드디어 일본으로 떠나는구나.
부산여행기인지 일본여행기인지 모를 내용이 주욱 계속 되었다;;
정말 어제 밤부터 계속 고속버스 타고 지하철타고
또 버스타고 하면서 엄청나게 긴 하루를 경험했다.

나는 기내식에 몹시 집착하기 때문에;;
비행기에 타자마자 관심사는 밥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
그런데! 밥을 줬다! 그것도 초밥을!
양이 너무 적다는 게(꼴랑 5개) 좀 그랬지만
생선요리도 같이 주었으니 참는다;;
왜냐면 무진장 맛있었으니까효-!!!!!

대한항공만 타면 챙기는 허니로스티드피넛
이쁜 스튜어디스가 많이 갖다 주어 주섬주섬 챙겨들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여행 내내 간식거리로 요긴하게 먹었다:D

자지도 않고 들떠 있다가 어느새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
이제부터 노선도보고 기겁했던 일본 전철과의 만남이 시작이다.
티켓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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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로 갑시다!


아 복잡해, JR 노선요금에 좀 더 빨리 가는 스카이라이터 노선요금을 더해서
각자 두 장을 티켓을 구입, 하지만 실제로 개찰구에서 사용하는건 한 장 뿐이다.
다행히도 나모키가 일본어를 할 줄 아니까 역무원에게 물어가며 수월하게 표 구입,
그리고 나는 이때부터 입이 꽉 붙어버려 벙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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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삼색 스카이라이너


스카이라이너를 타면 나리타까지 약 한시간 남짓 걸린다.
잠진경은 신기하게도 비행기에서부터 한잠도 안자고
계속 사진찍고 혼자 논다, 나모키 잘 동안;;

우에노 역에 도착해서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탄 후
신주쿠로 이동, 지도를 펴들고 우리가 묵을 호텔을 찾아나섰다.
이 과정에서 남아있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렸다.
빌어먹을;; 허접한 지도때문에 완전 더운 날씨 속에서
오빠랑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캐리어 끌고 뺑뻉뺑 길 찾아 다니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지도만 정확했어도 금방인 곳을 ㅠ_ㅠ
그래도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여행의 첫 고비를 잘 넘겼다.
분명 신주쿠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고 했는데, 우리는 30분을 넘게 헤매고 있고...
오빠가 길 물으러 간 사이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내가 어찌나 불쌍해 보였는지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와서
서로 말도 안통하는데 지도를 보면 어렵사리 길을 가르쳐주었고,
거기에 오빠가 호텔에 전화까지 걸어서 겨우겨우겨우겨우 호텔 도착!
아으아아악, 너무 지쳐서 다시 밖으로 나갈 힘도 없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니, 다시 힘이 불끈!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_+
호텔에서 슬슬 걸어나가 넓고 넓은 신주쿠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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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번쩍 가부키쵸, 춤추고 노래하는 마을;;


일단 여행책자에 의존하여 굵직굵직한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동선을 잡고
중간중간 마음 내키는 대로 작은 상점이나 골목으로 다녔다.
마음 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오빠랑 손 꼭 잡고
엄청난 인파를 해치고 다닌 그날 밤은 정말 행복했다.

열심히 걸어 다니자고 둘이 반스 슬립온도 하나씩 사고,
돈키호테에 들어가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기대했던 빅카메라나 요도바시카메라 같은 상점에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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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앞에 주르륵 세워놓은 자전거들


북적북적 그 복잡한 거리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요리조리 다니는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
일본여행 내내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웠다.
당장 다리가 아프니 그렇기도 하고
또 출퇴근이나 장보러 가는 길을 모두 자전거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그렇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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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숑 애플티, 앗흥-


익히 듣던대로 일본은 자판기 천국!
목마를 틈 없이 고개 돌리는 곳마다 "이리와, 나 밴딩머신이야-" 하고 있다.
자판기라고는 해도 실로 그 내용이 알차서 감탄했다.
우리나라 자판기에는 이미 주류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추억의 음료수들이 진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자판기는 말 그대로 '실하다'!!
요도바시 카메라를 구경하고 나와서는 Fauchon의 애플티를 뽑아 마셨다.
달지 않고 깔끔한 맛에 만족하였음은 물론이거니와,
자판기에서 뽀숑의 티를 뽑아 먹을 수 있다는 현실이 후덜덜이야;;

덥고 땀나고 다리 아파도 우리는 계속 걷는다, 무한워킹-!!!
10시가 넘어서자 상점들도 슬슬 문을 닫기 시작하고
호텔까지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을 힘을 내기 위해 들른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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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도나르도이니다-


 맥또날드-♬
나는 오랜만에 여고시절 일주일에 5일은 먹던 애플파이(내 하체 지방의 근원이던가;;)
나모키는 역시나 라떼, 이 라떼귀신 같으니-!!
이렇게 깔끔무난하게 포장한 라떼를 파는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혼자인 사람이 많았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거나
두꺼운 안경을 쓰고 만화책을 가득 쌓아놓고 읽고 있다거나, 흠 그들은 오덕후?

여행내내 느낀 것 중 하나는
일본엔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
물론 규동집이나 라멘집 또는 회전스시집 같은 곳에 한정된 현상일 수도 있지만,
대학 졸업 이후 또 다시 혼자 밖에서 밥 사먹는 것이 두려워진 나에게
그것은 매우매우매우 좋아보였다.
내게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준, 자립심을 키워준 대학생활이여, 그립고나!(삼천포)

이제는 진짜로 호텔로 돌아가자.
엄청난 더위와 습기, 그리고 서울에서의 6개월 도보량을 하루에 소화해버린 탓
나모키의 발바닥에선 불이 났고 ('발바닥이 타오르고있어'라고 했다)
내 종아리와 발은 풍선처럼 퉁퉁 부어올랐지만,
우리는 서로서로 짜증내지 않고 즐거웠다.
힘들고 아픈거 내가 짜증내고 징징거리면 상대방은 더 할거라고 생각하는 배려에
순수한 여행의 즐거움이 더해져서 그랬던 것일까? 앗흥-
여행 내내 서로서로 챙겨주며 싸우지 않았던 것 또한
이번 여행이 참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마지막 까지 씩씩하게 걷던 중, 스쳐지나가기 쉬운 작은 골목길 안을 쑤욱 들여다 본 나모키.
동물의 감각으로 이 것을 발견했다, 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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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먹고 싶은 그 맛, 텐뿌라와 계란이 퐁당, 天玉そば-!!


의자는 합쳐봐야 열개 남짓인데 기다리는 사람 끊이지 않던 우동+소바집.
찌인한 우동 국물과 라멘, 시원한 냉모밀, 그리고 엄청 큰 튀김과 기타 등등을 만날 수 있는 집.
무지막지한 체력소모에 배도 살짝 출출했고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무릇 야식의 섭취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진데,
지나칠 수 없었어, 우어어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것 처럼 보이던 할아버지와
서로 닮아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함께 꾸려가는 자그마한 곳이지만
맛과 에너지는 굉장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자, 사가지고 온 맥주도 못 먹고 2분도 되기 전에 기절한 징징 +_+
혼.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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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쿄에서의 첫 날은 저물어 가고...라는 식상한 마무리와
Tokyo, 2007 Summer_2-!! To be continued...라는 낚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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