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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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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_ 2007. 11. 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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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도시락을 싸면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여유가 많이 생긴다.
밥 먹고 휴게실 다 치워놓고 나오면 늦어도 12시 30분을 넘지 않으니까,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크리팀이랑 다 같이 밥을 먹고 제각가 카메라를 챙겨들고 산책을 나선다.
온 거리가 단풍으로 알록달록, 특히 주욱 늘어선 커다란 은행나무가 샛노란 것이 놀랍기만 하다.
어찌 매일같이 이 길로 출퇴근을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먼저,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한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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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분 @ Cafe on the Hill / 내 똑딱이 Nikon CoolPix S8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아스팔트 길 한켠에 작은 화분 몇개,
그리고 참 흔하지만, 온통 시멘트 건물들인 광화문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은 철제울타리만으로도
단순한 풍경은 달라보인다. 이야기가 생기고 표정이 생긴다.

종이컵을 감아쥔 손으로 라떼의 온기를 느끼면서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다.
새삼스레 발 밑에서 바스락 밟히는 낙엽이나 살짜기 눈부시게 비치는 늦가을의 따뜻한 햇살,
그리고 차가운 공기 같은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기분이 좋다.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 들른다. 우리 팀은 요새 화분키우기가 유행이다.
나는 집에다가 키워야지, 우리 집에도 초록이들을 좀 데려다놔야할텐데...
꽃집 안으로 들어가니 가을이 아니구 봄이구나, 온통 초록색이다.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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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Green Green / 내 똑딱이 Nikon CoolPix S8


조 뾰족뾰족한 것들이 아마도 율마? 집에서 키우면 좋다고 하는데, 생김새가 내 취향은 아니고나-

맘에 드는 화분이 없어 그냥 나온 우리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역사박물관 뜰을 지나 경희궁도 한바퀴 휙 돌아보고, 자박자박 걷는다.
경희궁엔 우리처럼 점심산책을 나온 직장인들이 많다. 그들을 보자 다시 우울해진다 -_-;;
직장인이면서 직장인들을 싫어하는 나는 어쩌면 좋아, 에헴-

발 밑을 문득 내려다보자. 내 고개는 언제나 컴퓨터 모니터 보는 각도랑 고개들어 오빠 얼굴보는 각도로만 고정-
하늘도 못 보고 땅도 못 보고, 놓치는게 얼마나 많은지.
이전에는 길 가다가 핀 작은 꽃에도 혼자서 막 감동하고 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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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 내 똑딱이 Nikon CoolPix S8

내 발 아래에는...
가을도 있고 가을빛도 있었다. 고마워라, 참으로 이쁘구나-
여원이가 생일선물로 준 치마랑 캐미솔이 언뜻 보인다, 좋아, 내 옷도 가을이다.

산책, 걷기, 부지런히 하자. 30분의 여유로 내 마음이 부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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