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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이, 나의 첫 고양이 _1

c. My BeBe

by 징징_ 2007. 12. 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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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나는 동물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고,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친구의 집에 가면 친구보다도 강아지하고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우리 가족 모두가 개.라는 동물을 좋아했지만 강아지를 키우자는 내 징징거림에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안돼.였다.

당시 우리집엔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에게 레슨받는 아이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았다.
피아노가 두 대, 하루 30명도 넘는 아이들이 왔다갔다 했으니
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에는 힘든 환경이긴 했다.


나의 첫 강아지, 재롱이
그러던 어느 날, 덕소 전원주택에서 개를 많이 키우시던 아빠 친구분이
태어난지 얼마 안된 진돗개를 한마리 데려갈테냐고 물어왔고,
아빠도 역시나 개를 너무너무 좋아하시던 터라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덥석 데리고 오셨다.
그 강아지의 이름은 재롱이.
참 순박한 그 이름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강아지였다.
엄마품을 떠나 우리집으로 온 재롱이는 하루종일 담요가 깔린 상자 구석에 쳐박혀서
낑낑거리면서 울기만 했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주어도 먹지도 않았다.
강아지를 이뻐하긴 했지만, 갑자기 엄마를 떠나온 재롱이 마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던 나는 그냥 자버렸지만
나중에 듣고보니 아빠는 그런 재롱이가 너무나 안쓰러워 밤새 곁에 계셨다고 한다.

재롱이는 진짜진짜 순했다.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 졸졸졸졸 쫓아다니기만 하고, 책상위에 올려놓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고...
내 무릎위에 앉아서 손가락을 쪽쪽 빨아대던 재롱이는...진돗개였다!
진돗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명견이지만, 반면 무진장 빨리 큰다, 무럭무럭-
결국 재롱이를 오래 데리고 있지 못하고 다시 덕소 시골집으로 보내야했고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재롱이는 소만큼 컸다고 하는데, 아무리 과장해서 이야기한거라지만
아파트에서 키우기는 결국 무리가 있었겠다. 착하고 순한 재롱이는 지금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나의 두번째 강아지, 치치
재롱이는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갔다. 하지만 곧 두번째 강아지가 내 곁에 찾아왔다.
우리 교회에 다니던 집사님이 이사를 가면서 키우던 강아지를 형편상 우리집에 주고 간 것.
그의 이름은 치치.
약간 믹스된 요크셔테리어라서 순종보다는 조금 크긴 했지만, 그래도 또 아주 큰 편은 아니었다.
치치는 아주아주 똘똘하고 이뻤다. 쉬야는 사람 화장실에 가서 했고 말귀도 잘 알아들었다.
하지만 치치에겐 크나큰 단점이 있었으니, 언제나 사랑에 목마른 터라 문만 열면 집밖으로 뛰쳐나갔;;
아침 학교갈 시간에 치치 잡으러 온 동네를 휩쓸고 다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휴-
하지만 어느덧 우리 사이에는 나름대로 룰리 생겼고, 그것은 치치가 나가서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낑낑 거리면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언제 뛰쳐나갔냐는 듯 했다.

그러던 치치는 어느 날 밤, 우리집에 왔던 손님이 돌아가면서 밤늦게 커다란 짐가방을  꺼내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나갔고 우리는 치치가 집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자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에서야 치치가 없었졌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 그 후로 몇 달 동안
전단지를 만들고(내가 직접 글씨 쓰고 사진도 붙였다 ㅜ.ㅜ) 밤마다 치치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녔었다.
경비아저씨 말에 의하면 치치는 밤새도록 우리 아파트 동 앞에서 서성거렸고,
아저씨는 그걸 보고 가족들이 다 같이 나와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쁘고 똑똑했으니, 누군가가 데려가 잘 데리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치치는...지금도 참 보고싶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내 떠버기 가위에는 치치의 이빨자국이 남아있다.

나의 세번째 강아지, 제니 그리고 타미
고등학교 졸업한 후 오랜만에 세진이네 집에 놀러갔다.
세진이는 짱아라는 요크셔테리어 계의 얼짱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새끼를 낳았다고 날 불렀다.
꼬물꼬물거리며 잘 걷지도 못하는 요크셔 아가 삼남매.
그 중 제일 작고 털도 듬성듬성, 다른 애들 사이에 치여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가가 내 눈에 자꾸만 밟혔다.
세진이를 조르고, 엄마를 조르고 아빠를 졸라서 그 가장 작은 아가를 우리집에 데려왔다.
겨울날, 혼자서 택시를 타고 행여나 바람 들어갈까 이불에 폭 싸서 데리고 오면서 나는 마음이 짠했다.
집에 도착해서 바닥에 내려놓으니 갑자기 엄마도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꼼짝도 못하는 아가를 보면서
이 어린 것을 엄마한테서 떼놓다니, 내가 잘못한건가 싶은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었다.
나는 막 울면서 기도했다. 우리 아가, 언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자고. 정말로 사랑해줄게- 하면서.
그게 우리 제니다. 제니는 진짜 이쁘고 진짜 이뻤다. 커가면서 소파 위에서 혼자 내려오고
침대 위로 혼자 올라갈 때 마다 우리 가족은 환호했다. 산책을 나가면, 온 동네 사람들이 인형같다며 이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어찌어찌 우리집에 타미가 왔다.
내 손바닥만한 던 게 지금은 10kg;; 타미는 아메리칸 코커 스페니얼이고 쪼꼬, 탠 그리고 흰색의 트라이컬러다.
어떻게 보면 카리스마있고, 어떻게 보면 웃기기만한 우리 타미는
첨에 왔을 때 제니의 심한 경계땜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느덧 몸집이 제니 다섯배 만해졌으니-
의기양양한데다가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아메코카답게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는 그 자발스런 성격덕분에
계속 사고를 치기는 해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뿜으며 사랑받고 있다.

영원히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우리 제니랑 타미...
둘 다 혼자서 버스타고, 택시타고 동물병원 데리고 다니면서 예방접종 시키고
사료도 간식도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꼭 같이 데리고 자고 그랬었는데...
올해 5월 결혼하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고 보고싶어 하는걸 잘 아는 오빠가 제니타미보러가자, 라고 해줄 때 마다 어찌나 고맙든지-
이제는 나보다 나모키오빠를 더 좋아하는 제니와 타미(살짝 배신감이야!!!)

이렇게 내 사랑은 강아지에서 멈춰버리는 줄 알았었다.


(바둥이, 나의 첫 고양이_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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