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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16 THU

b. DaiLy NotE

by 징징_ 2006. 11.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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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4.
[출처 : 싸이월드 미니홈피 Chez JiNJiN]

지하철역에서 치덕치덕 계단을 올라왔다.
내가 타야할 마을버스가 바로 와 있었다.
아저씨가 떠나려 하셨다.
마음이 약간 조급해졌다.
조금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도에서 한발짝 내려섰다.
밑에 길이 파여서 울퉁불퉁했다.
오른쪽 발목이 바깥쪽으로 접혔다.
왼쪽무릎으로 땅에 착지했다.
양손바닥으로 안정적 자세를 취했다.
자세가 완전 개구리 뜀뛰기 준비자세였다.
곁에서있던 아저씨가 '어이구우-'하셨다. (-> 더 싫어 -_-)
나는 벌떡 일어섰다.
옷과 스타킹을 탈탈 털었다.
성큼성큼 걸어서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 있던 사람들도 다 봤기 때문에
아픈척은 절대 할 수 없었다.
드디어 버스에서 내렸다.
아빠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차에 타자마자 징징징징 설명했다.
나도 좀 조신하고 참하고 여성스럽고 싶다고 했다.
엄마가 '너는 문제다,문제'라고 하셨다.

집에 와보니 스타킹은 멀쩡하고
왼쪽무릎엔 백원짜리 동전만한 지름의
체크등심같은 벌건 피상처가생겼고,
왼쪽무릎은 접질러져서 핫찜질중이다.

예전에 도서관 내리막길에서 굴러서
그때도 스타킹 멀쩡,발목 왕까짐했던 생각
이 난다.
그때도 오늘처럼 모처럼 치마입고 코트입었던 날이다.

양다리 다 성치않다.

내 맘도 성치않다.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6.11.16.

오늘은 수학능력시험일-
우리 회사는 왜 10시까지 출근아니고 제시간에 오라는 거야, 투덜거리며 마을버스를 탔다.
수능이라고  학교 안간 덩치가 산만한+흥분한 여고생들도 우르르 탔다.
카드를 니가 찍니, 내가 찍니 하면서 출근길 마을버스안에서 꺅꺅 거리며 수선을 떨었다.
나는 출근길엔 예민하다, 그래도 얘들이 저렇게 거슬리는걸 졸면서 무시했다.
쌍문역에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 인도 턱과 차도 사이 좁은 공간으로 저마다 바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내렸다.
나는 마을버스 뒷문으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계단으로 가기 위해 마을버스 앞문을 지나치는
그 순간-!!
아까 그 덩치가 산만한+흥분한 여고생 무리들이 꺄아, 하면서 앞문으로 내리다가 나를 툭 쳤다.
그냥 툭! 이었든지 아님 빡! 이었든지간에...모르겠지만, 어쨌든,
무게중심을 잃은 나는 버텨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인도의 턱 때문에 발 디딕 곳도 없이 휘청했다.
그리고는 허무하게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위로 멋지게 슬라이딩 했다.
역시 개구리 뜀뛰기 준비자세였다.
양 무릎과 양 손바닥으로 안정적으로 처절하게 착지했다.
산만한+흥분한 여고생들은 어머 어떡해! 하더니 어디론가 샤샥, 사라졌다.
나는 입속으로 두음절 단어를 조심스레 읊조린 후,
벌떡 일어나 옷을 털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실, 당장 바지를 걷어올리고 내 무릎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쏟아져내려 너무 복잡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다 쵸큼 많이 창피했다.
지하철에서 내내 서있는데, 자꾸만 무릎이 욱신욱신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높다란 광화문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청바지에 무릎이 쓸려 완전 아픈거였다.
무릎이 까지고 피까지 난게 틀림없었다.
절뚝절뚝 회사에 도착하여 구급상자를 뒤져보니 달랑 과산화수소와 밴드뿐.
상처를 살펴보니 과이연,  가로 세로 6cm 정도되는 정방형으로 다 까졌다.
혼자 화장실에 가서 어금니 꽉 물고 과산화수소를 칙칙 바르고 밴드를 두개 붙였다.
근데 아까 무릎으로 착지하면서 은행을 내가 으깨버린거다, 무릎으로-!!!
청바지에 은행이 짖이겨져있었다. 색깔은 제니 설사응가(앗흥-) 같았다. 냄새는... 냄새는...!!!
혼자 막 빨았다. 영하의 날씨에, 찬물에 청바지를 빨았다.
(쓰다보니 완전 서럽구나 -_-;;)
냄새는 가신듯 하지만 색은 아직도 남아있다.
창피하고 아프고 서러웠지만 울지 않았다.
대신 메신저 대화명을 "넘어졌다.흑-"으로 바꾸고 친구들의 염려를 기다렸다.
고마워 친구들. 무슨 일이냐고 괜찮냐고 왜 넘어졌냐고 물어본 친구들 명단 내가 다 꾸렸다.
다 기억할거다. 안물어본 친구들도 다 기억할거다?? -_-


+
암튼, 오늘 이같은 일을 겪고서 가만 있어보니
문득 생각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뒤져보았다.
음, 역시 3년 전 이맘때 나는 똑같은 짓을 저질렀었구나.
저 글 밑에는 친구들의 괜찮냐는 염려어린 리플이 아니라,
도대체 스타킹은 어디꺼냐는 열화같은 리플이 가득했었지 ㅡㅠㅡ 이것들-!!!
잠깐 예를 들자면,
윤여원 : 그럼 너의 쎄무구두와 하얀베이지색 롱~코트는 정말정말 괜찮은거야?
김하나 : 스타킹 어서 산거냐!
김하령 : 짜식..너의 스펙타클한 삶이 나를 기뿌게 하는구나..^^
오유미 : 스타킹 좋다.
나정화 : 나도 스타킹 사야는데..질 좋은걸로..
김종훈 : 우와... 스타킹만큼은 좋은 걸 신어야 한다더니...

대충 죄다 이런거였다 -_-
사실 작년 이맘때도 같은 곳에서 똑같이 넘어졌었다, 그땐 발목을 접질렀었지, 후우-
왜 하필, 아스팔트도 차갑게 얼어버린 겨울에, 사람들 완전 많은 지하철역에서 이러는걸까.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아에 마을버스를 타지 말아야 하는걸까-

괜시리 마음이 울적하고 서러워지는 오늘이다.
(마이클 삐리리하는건 제외하고서라도 말이다, 으휴-)

+
가슴에 묻어두었던 서러움이 폭발하여 글이 질척질척 완전 길어지고 말았다;;
아 몰라, 나 서러웠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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