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Good Bye

a. J i N J i N

by 징징_ 2008. 12. 4. 13:50

본문

가까운 분의 상을 당한 건 처음이다.

전화를 받을 때 난, 고등어를 구워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소식을 전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와 밥풀도 함께 터져나왔다.

그 날 새벽,
여행 중이신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종훈오빠, 나모키, 나는 "생신축하해요~"라고 큰소리로 외쳤는데
몇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의 소식을 전했다.
급하게 비행기표를 구해 돌아오는 아빠와 작은 고모를 위해
큰아버지는 3일 장이 아닌 4일장을 치르기로 결심하셨고,
아빠는 3일째 아침에야 돌아와 할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울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입관식에 들어갔다.
허리사이즈가 36인치가 넘던 할아버지는 1년 반 가량의 요양병원 입원기간 동안 많이 마르고
불편하시던 다리도 더욱 굽어져 실로 작은 아이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너무도 작은 모습으로 누워있는 할아버지에게 수의를 입히고
여러겹여러겹으로 싸매며 염습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저렇게 꽁꽁 묶어버리면 할아버지가 답답하시지 않을까, 할아버지는 지금 저 육신을 떠나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까.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시신에 손을 얹고 관으로 모시는 순간, 엄마는 그대로 엎어지듯 쓰러져 울었다.

손님을 모두 치르고 4일째 아침
이틀간 보지못했던 할아버지가 누우신 관과 영정사진과 위패를 앞에 두고 예배를 드렸다.
예배동안 꾹 참았던 눈물이, 화장터로 향하기 위해 리무진을 옮겨지는 할아버지의 관을 보면서 이윽고 터져나왔다.
도착한 벽제화장터는 그렇게 만원일 수가 없었다.
뜨거운 불 속으로 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가족들은 마지막 울음을 터뜨렸고,
납골당에 할아버지의 유골함을 모시며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할아버지,
큰집에 가면 그 이북말투로 '진경이 왔니?' 하시던 목소리
가끔 전화하셔서 '보고싶어서 전화했다' 하시던 목소리
언제나 제 생일때면 용돈을 건네주시며 '생일 축하한다' 하시던 목소리
30분이고 1시간이고 제 손을 잡고 할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까지 들려주시던 목소리
이젠 들을 수 없겠지요.

건강하실 동안, 병원에 계신 동안 더 많이 찾아뵙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하고 후회하는건
이제와서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낼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전 결국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마음 속으로는 수백번 후회의 말을 읊조렸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찾아주셨고
온 가족이 모여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고
4일간의 장례의식이 아름답게 마무리 된 것이 작은 위안이 됩니다.

여러가지 절차와 의식들로 가득한 장례식이
죽은 분을 보내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살아있는 자들의 자위를 위한 것이든 간에
많은 이들이 모여 할아버지를 기리고 추억하는 시간들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었어요.
위에서 모두 다 내려다보시며 흐뭇해하셧죠?

할아버지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아름다웠던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주님 곁으로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 다시 뵐때까지, 이제 주님 품에서 평안하게 쉬세요.



사랑해요. 지금 듣고 계시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