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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웰 17200

a. J i N J i N

by 징징_ 2009. 1. 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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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개보다 털이 훨씬 많이 빠진다.
고양이를 키우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꼭꼭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바로 털이다.
결혼 전에도 강아지(개일까;;;) 두마리 -제니, 타미- 와 같이 살았고 그때도(그리고 지금도) 엄마는 빨래를 갤 때면
한참을 앉아 찍찍이 테이프로 검정색 옷에서 개털을 골라낸다.
그런 수고로움만 없으면 개는 미용도 보편화되어있어 비교적 용이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털이 날려 겪는 불편함은 매우 미미하다.
솔직히 난 개털로 인한 불편함을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우리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는 러시안블루 종인 바둥이와 터키쉬앙고라 종인 구름이다.
바둥이는 단모종이며 짙은 회색의 겉털과 더 가늘고 좀 밝은 색의 빡빡한 속털의 이중모를 가지고 있다.
바둥이의 털은 많이 빠지지만 주로 바닥이나 테이블위에 낮게 깔려 쌓인다.
처음 바둥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꽤나 많이 빠지는, 그리고 옷에 묻어나는 털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그것은...
그렇다. 구름이를 알기 전이었던 것이다.
현재 바둥이는,
우리집에서는 거의 털이 빠지지 않는 착한 강아지, 그것도 털 안빠지기로 유명한 요크셔나 푸들쯤의 취급을 받는다.

터키쉬앙고라인 구름이는 이름 그대로 앙고라스웨터의 그 털을 가졌다.
그것도 아주아주 많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앙고라소재의 옷에는 털날림에 민감하신 분은 구입을 삼가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써놓는다.
그만큼 이 털은 매우 얇고 가벼워 공기 중에 끝도 없이 떠나니며
사람의 호흡기에 무차별적으로 달라붙는다.
처음 구름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놀랬던 것은 옷에 묻어나는  털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이미 바둥이 덕에 면역되었다;;)
바로 세수하고 로션을 바르기만 하면 공기 중에 둥실둥실 떠돌던 구름이 털이 죄다 몰려와
얼굴에 촥 달라붙어 살곰살곰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것에 헉! 했었다.
고양이는 애기때는 비교적 털이 덜 빠지다가 성묘가 되면 털빠짐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2008년 3월 생으로, 생후 1년이 다 되어가는 구름이의 털은 우리집 온 데에 없는데가 없다.
나모키와 나는 이런 말을 한다. "구름이는 어디에나 있다!!!!"
회사에 와서 휴대폰 밧데리를 가려고 뒷커버를 열면 거기에 구름이 털이 있다.
머리에 꽂았던 핀을 빼면 고 틈새에 구름이 털이 있다.
집에 가서 양말을 벗으면 거기에도 구름이 털이 있다.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다보면 작은 틈사이에도 구름이 털이 있다.
구름이는 어디에다 있다규-!!!!

사실 구름이는 참으로 이쁘고 착한 고양이다.
매일매일 팔불출산 정상등극 출석도장을 찍는 나모키와 나의 생각에
구름이는 같은 터앙 중에서도 코가 너무 길다거나 하지 않고 균형잡힌 얼굴 생김새에 천진한 성격까지-
성격은 정말 100점이다. 다른 고양이나 강아지한테 앙칼지게 대하는걸 보면 결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닌데
사람한테는 발을 쪼물락 거려도, 얼굴을 잡고 쭈물딱거려도, 안아도, 뽀뽀해도, 뭐해도 가만가만 몸을 맡긴다.
오히려 가슴팍을 울려대며 커다란 결결결 송을 불러가며 좋아한다.
그래서 구름이는 "털만 빼면 100점인 아이다."

구름이의 털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함에서 끝나는게 아니었다.
기관지가 예민하거나 약한 사람에겐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도 있다.
털이 공기 중에 부유하고 또 가늘기 때문에 호흡하면서 신체 내부에 흡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무딘 나는 로션 바른 얼굴이 살짝 간지러운 정도에 그쳤지만,
나모키의 경우 담배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만 오면 계속되는 기침과 가래에 고통스러워했다.
실제로 나모키가 케엑,하고 침을 뱉어보면, 고양이 헤어볼 토하듯 구름이 털뭉치가 나오기도 했다.
목이 아파 잠을 못자고 괴로워하는 나모키를 지켜보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하게 냐앙~거리는 구름이를 보는 것은 둘다 나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우리 붑후는 고민에 빠졌다.
구름이 털을 어째야 하나? 아니, 구름이를 어째야 하나?
갖은 토론과 설전을 치르며 고민하기를 여러 날, 그것은 물론 나의 눈물바람이 함께한 나날들이었다.
평생을 함께 할 생각으로 데려온 아이지만, 정말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나모키도 힘들다 못해 짐짓 화가 나다가도, 구름이가 와서 머리를 들이대며 부비적거리는 걸 보면 또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하여 결론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
하여, 첫번째 대책이 바로 공기정화기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일단 집이 좁고, 구조적으로 환기가 잘 안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가
바둥구름이가 합세하여 우다다를 하고나면 더욱 심해지는 털날림을 하니웰 17200 모델로 잡아보기로 했다.
미국 NASA 우주항공시스템 기술로 만들었다는(;;;) 하니웰의 특징은
360도 전방향에서 공기를 흡입하여 상향배출하는 시스템으로 실내 공기를 자연스럽게 순환시키며
바닥과 구석에 쌓인 먼지까지도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냄새나 유해가스 뿐 아니라 입자가 큰 먼지의 제거에 탁월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자아, 이것으로 공기중에 둥실거리는 구름이 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처음으로 집에 설치하고 가동을 시키자 약간의 소음이 발생한다.
흡입세기의 정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가장 약하게 해두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작동을 시작하고 몇 시간이 지나자 호오! 바로 옆의 플수3와 검은 거실장에 구름이 털이 쌓이지 않는다.
원래같으면 닦자마자 바로 먼지+구름이털이 소복하게 쌓여야 하는데-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가 스르르 공기정화기 쪽으로 날아들어가는 구름이 털을 보면 인사를 한다. "잘가~훠이~"
애들이 우다다 한판 한 직후에는 작동을 중간 정도로 올려주고 평소에는 가장 약하게 해두어도
이제는 로션바른 얼굴이 가렵지 않아효! 이제는 나모키가 헤어볼을 토하지 않아효!
이제는 둥실 떠다니는 구름이털이 보이지 않아효!
이것이 최종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이사가기 전까지는 일단 휴우, 한 시름 덜었다. 진작 살걸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털과의 전쟁이다.
고양이를 사랑하고 이뻐하는 것과 털때문에 생활이 불편해지고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물론 사랑하고 생각하는 만큼, 불편을 감수할 수 있고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방편을 마련하고 투자를 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바둥이와 구름이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함께 할 것이며
검은 코트에 구름이 털 범벅이 되고 가끔 밥그릇에서 슬쩍 털을 골라내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미워보이거나 함께 살기를 포기하려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양이가 이쁘다고 해서 사람에게 털날림이 아무런 문제가 안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을 고려하는 이가 있다면, 부디 신중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그것은 사람의 쾌적한 생활이나 건강한 생활을 위한 것 뿐 아니라
털날림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살던 죄없는 고양이가 길에 버려지는 일을 방지하지 위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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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모키가 이런 말을 했다.
"구름이 입양할 때 15만원, 공기청정기 구매가격은 40만원~"
사실 그렇다;;; 하하하;;; 그냥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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