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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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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_ 2009. 1. 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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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이 빠졌다 T^T

작년 가을 자전거타다가 땅에 꼬나박은 내 오른쪽 엄지 발가락-
시커멓게 멍이 들어 병원에 가서 붕대감고 거대성냥으로 다시 태어난 후,
아마도 발톱이 빠질 거라는 의사선생님 말과는 달리
모양이 좀 삐리하고 색이 연한 보라빛이긴 했지만 멀쩡하길래
안빠지나보다, 흐힛" 했었는데... 그랬는데...

지난 주말 욕실 슬리퍼를 신다가 뭔가 발톱 닿는 분이 휙 뒤집히는걸 느끼고는
쪼그려앉아서 욕실 슬리퍼 안쪽에 뭐가 떨어졌나, 하면서 만져보았지만 매끈할 뿐-
순간 나는 본능적인 예감과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내 발톱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꾸웨에에에에엑-!





엄지 발톱의 오른쪽 가장자리(빨간 점선 부분)만 가까스로 붙어있고
왼쪽에서부터 무슨 책장 넘어가든 발톱이 덜렁덜렁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멀쩡하게만 보였던 이 발톱이 사실은 죽어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들춰보니 덜렁거리는 두꺼운 발톱 밑으로는 새로 자라는 발톱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직은 완전 얇은 막같은 지라 딱딱한 것도 아니고 살짝 눌러보면 말랑말랑 그냥 피부인거다.
나는 어쩐지 토할 것 같은 굉장한 기분으로 자고 있는 나모키를 흔들어 깨웠고
나모키는 슥 보더니 "(심드렁하게) 그냥 잡아 뜯어버려~"라고 말했다.

이런 @#)%(%&)@&*$%!@^$%-!

나는 혼자서 징징 짜면서 반창고로 조심스럽게 고정시키고는
결혼식 참석을 위해 7cm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
하루종일 건대 입구, 충무로, 홍대 근처 등등을 누비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결국 도저히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어젯밤 대수술을 집도하기로 결정했다.
나모키한테 맡기면 "뭔데?" 이러면서 그냥 콱- 잡아뜯을게 뻔하기 때문에 (T_T)
발톱 제거는 내가 하기로 하고 나모키는 소독을 위해 대기시켰다.
구경꾼으로 바둥이와 구름이가 참석했다.
내가 30분이 넘도록 혼자 대성통곡을 하고, 엉엉 울부짖고, 부들부들 떨고, 질질 짜면서 온갖 난리 부르스를 펼칠 동안
바둥이는 내 옆에서 퍼져 자고 (-_-) 구름이는 대체 왜 그러냐는 듯 구경하고 (-_-)
나모키는 계속 "내가 해줄게, 내가 해줄게!"를 반복했다.

"진짜 무섭도 아프단 말이야아아아악, 엉엉엉엉! 아직도 이쪽 끝이 붙어있단 말이야아아아악, 엉엉엉엉!"
침대에서 온몸으로 울부짖었던 걸 지금 생각하니 너무 북흐랍다 ☞☜ 얼마나 진상을 떨었는지;;;

급기야 내 울부짖음에 귀가 먹을거 같은 나모키가 "그럼 냅둬!" 라고 하자
나는 또 "어떻게 냅두냐고오오오오, 엉엉엉엉! 아아아, 짜증나아아아아!" 라고 외치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겁나 크게 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힘을 주었더니

뜯.어.졌.다. 하나도 안 아프게!


순간 흐르는 정적;;;


그리고, 쵸 민망함 작렬;;;


마무리 처치를 마치고 자려고 누워서 분리된 발톱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신기해했다.
나모키한테 "오빠 줄까? 기념으로 가질래?" 했더니 숭악스럽다면서 거절한다. 칫-

현재 발톱이라고 하기엔 너무 얇고 말랑한 막으로 덮여있어서 힘도 안들어가고
한동안은 구두는 사절, 스니커즈와 어그만 신어야겠다.

잘 되겠지, 얼른얼른 자라나거나 내 소중한 발톱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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