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간사하다.
덥다고 덥다고 난리치면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진리임! 하다가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따뜻한 홍차가 진리임! 하는 내 자신을 발견 ☞☜
어젯밤에 쌀 씻어서 취사버튼 눌러놓고 자잘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부엌 창문으로 바람이 쉬이이잉~
옷 속으로 훅 파고드는 찬 바람에 따땃한 차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다.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얼음을 얼려놓고 꽉꽉 차 있는 얼음칸을 보며
뿌듯해한게 며칠전인데 말이야, 나도 참- 후훗!
쓸 땐 좋은데, 설거지가 귀찮은 티팟과 찻잔도 오랜만에 꺼내고
얼른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
오늘의 홍차는 Mariage Fréres의 Fall in Love-
어쩐지 가을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스페셜라인이라서 검정틴이 아니고, 생긴 건 향수케이스같지만;;;
지난 오사카여행때 Gran Afternoon Tea에서 30분 망설이다가
(당시 환율이 1600원 가볍게 넘고 있었다ㅜ_ㅜ)
지름대행전문인력 나모키가 질러주어서
한국가져갈거라고 포장 든든하게 부탁해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껴안고 온 사쿠라 시리즈의 티팟과 찻잔.
사실 저 중에선 받침이 제일 맘에 든다.
책과 함께하는 느긋하고 우아한 티타임이랄까-
어제 읽기 시작한 책. 뒤에 BGM CD까지 부록으로 딸려있는데
회사책이라 뜯어서 듣지도 못하고 있다, 힝!
도입부에서 단락 나눔과 들여쓰기가 무척 독특하고,
책 읽다보면 유독 마음에 착 감기는 그런 책이 있는데 딱 그렇다.
아, 내가 가을타서 그런가.
난 가을에 태어난 가을여자니깐 가을탄다.
가을타는게 확실한 것이 식욕이 막 치솟아오른다.
너 왜 거기서 노려보고있냐옹;;;;
엣지있게 오각형 얼굴 만들었다고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것 같은 구릉구릉이!
털 밀고서 가뿐해서인가 어찌나 까불락거리는지, 요새 진짜 구릉이 전성시대다.
어제는 작은 벌레 한 마리를 30분 넘게 걸레짝이 되도록 갖고 놀았다.
베란다에서 부엌까지 현란한 드리블,
공중에 띄워서 강 스매싱 날리기,
가만히 쳐다보다가 움찔하면 달려와서 내려치기,
소파 밑으로 롱패스 날리고 자기가 뛰어가서 받기 등등;;
불쌍한 벌레, 차라리 빨리 날 죽여줘!라고 외쳤을듯-
좌니놘 구름이
나중에 찾아보니 한 구석에 뒤집어져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바둥거리고 있었다.
나모키의 집도로 안락사, 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