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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U Remember?

a. J i N J i N

by 징징_ 2007. 1. 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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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잡동사니를 버리고 깔끔하게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는데-
1월 1일을 저 멀리 지방에서 맞이한 후,
이어지는 출근과 이런저런 머리아픈 일들로 계속 미뤄두었던 서랍정리를
오늘 드.디.어. 했다.

골골거리는 몸과 지끈거리는 머리로 정리하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버릴것만 다 버리자, 라는 생각에 묵묵히 주섬주섬 분리수거-

초등학교 입학할 때 엄마가 동네 문방구에서 사주신 스누피 메모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중학교 때 띵꾸이모가 물려준 빨강색 샤프심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엄지손톱만한 종이에 그려준 '썬가경' 그림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나는,
따라서 중학교 말에서 고등학교 초반에 걸쳐 사용하던 두 대의 '삐삐'를 여즉 보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my 1st pager


버리기 직전 후다닥 사진 찍느라, 영 흐릿한게 이상하지만, 암튼-
처음으로 내가 가졌던 삐삐는 아쥬 심플하고 얄팍한 무광택 검정색의 닉소, 보이는대로 나래텔?
하핫-
재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폭신한듯한 느낌의 무광택 외관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었다.
저 'K' 앞에는 원래 'J'도 붙어있었지만, 어딘가 떨어져 나갔을 거고.
저 스티커도 중학교때 미친듯이 모았던 샌디라이온社의 제품이다.
아직도 그때 모았던 스티커들이 상자속에 한가득, 흐흣-
지금은 생각나지도 않는 저 두 개 버튼의 용도는 도대체 뭐지?
두 개의 버튼으로 모든 조작을 다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참 잘 사용하다가 버튼 하나가 저렇게 폭 들어가 안나오는 바람에 새로 산 두 번째 삐삐는-!!!


my 2nd pager

역시 무광택의 폭신폭신한 재질의 더 얄팍한 노랑이 Torres, 역시나 심플 그 자체다.
사실 당시 친구들이 가지고 다녔던 삐삐는 모두 작고 동글하고 아기자기하고 두께가 똥똥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얄팍하고 심플한 무광택을 좋아하는 나의 삐삐는 모두 이런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친구들한테 '니 삐삐 이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하다.
그래도,  그때나 지금도 난 얘네들이 훨씬 더 이쁜것 같아, 내 취향이란, 하하핫-
왼쪽 버튼의 저 거뭇거뭇함은 역시 스티커를 붙였다가 떨어져 나간 끈적한 흔적이다.

삐삐를 가지고 다니던 시절-
그때는 친한 친구들끼리 서로 음성 남겨주는게 우정의 표시였고,
(횟수도 나름 중요했었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들을 수 있는 노래나 인삿말로 센스를 과시했었다.
그때 오디오 스피커 앞에 전화기를 갖다대고 미리 맞춰둔 테이프를 틀어가며 녹음했었는데...
그래서 맨 앞과 뒤엔 언제나 오디오 스위치를 누르는 '딸깍-' 소리가 함께 녹음됐었다 : )
그리고 가끔 나는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비밀번호를 까먹기도 했었다;;

의심많은 소심 더블에이형인 나는 이 삐삐를 그냥 버리지도 못하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 푸악- 담궜다가 스윽- 꺼내서 쓰레기통에 휘익- 던지려는데.
전화기를 붙잡고 음성 남기고 듣고 하면서 두근두근하던 그때 내 모습이 생각나 살폿 웃음이 났다.

서랍정리는 언제나 아련함과 그리움같은 감정이 뒤섞인 채로
지나간 시간의 찐찐 모습을 보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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