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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19 SAT

b. DaiLy NotE

by 징징_ 2009. 9. 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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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인가 잠이 깨서 시계보고 다시 자기를 반복하다가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10시 반.
아, 아직 오전이야. 안도한다.
쿠쿠에 삼일째 고이 담겨있는 밥을 먹어야 한다.
난이도 0.5의 매운어묵무국을 끓이고
난이도 1의 양파를 다져넣은 오동통 계란말이를 한다.
냉동실에서 얼려놓은 육수를 꺼내면서
대파 한단, 청양고추도 한봉 사다가 썰어서 냉동실 좀 채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묵을 한번 데쳐서 기름기를 빼려고(일찍 일어나니 이런 과정까지!)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박지윤의 앨범을 틀어놓고 토마의 '속좁은여학생'을 읽는다.
아, 이거 뭐 나 아닌데 내 이야기인것 같은 이건 뭐야......
제대로 각잡힌 계란말이를 보고 뿌듯해하며 밥 먹고 다시 자라며 나모키를 깨운다.
밥을 먹고 고냥들을 데리고 좀 놀다가 나모키는 다시 자고
나는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부엌정리를 한다.
아, 정말 조리대가 절실해- 다음달엔 꼭 사야겠다.
다시 박지윤의 앨범을 들으면서 네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
'속좁은여학생'을 다시 손에 쥐고 어제 먼먼이가 사온 도쿄빵야의 카레빵을 먹는다.
감동! 이건 카레맛빵이 아니고 진짜 카레가 들은 리얼 카레빵이다. 
마루의 반쯤이 토요일 오후의 햇살로 가득차고
캣타워와 소파에 고양이들이 곤히 자고
나는 '속좁은여학생' 3권의 P.215~216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펑 터져버린다.
나는 혼자가 아닌데, 가족도 남편도 자식같은 고양들도 있는데-
왜 미루의 그 말에 내 마음이 왈칵 열려버린걸까. 당황스러웠다.
엄마한테서 전화가 온다. 내일 미역국이며 호박전이며 잡채며, 간단하게 할테니 꼭 오라고.
올해는 이상하게 생일 챙기는 것이 영 겸연쩍다. 축하할일인가-
손목도 아픈데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나였는데도,
오랜만에 밝은 목소리로 너 좋아하는 것만 조금 할테니 꼭 오라는,
배서방한테 엄마밥 먹이고 싶다는... 엄마 목소리에, 그 마음에...
따뜻해진다. 엄마없이 나는 어찌살까-
완결까지 읽었지만, 토마의 이글루스 블로그를 찾아보며 
계속해서 작가와 등장인물들이 남기는 진한 여운을 찾아다닌다.
혼자서 오롯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초가을의 반짝이는 토요일 오후가 이렇게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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