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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 수술

c. My BeBe

by 징징_ 2009. 9. 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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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 여긴 어디? 너는 엘리자베스 우키입니다.


토요일, 우키가 중성화수술을 했다.
바둥이 때는 마취주사 맞고서 헤롱헤롱대기 시작할 때부터 병원에 맡기고 집에 왔었고
또 남자애라서 상대적으로 조금 걱정이 덜 되었었다.
구름이 때는 마침 우리회사분 결혼식이 있어서 나모키 혼자서 데려가 수술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서 차 문을 열어보니
자동차 바닥에 마취가 덜 깬 채로 널부러져있는 구름이 모습을 보고 엄청 충격받았던 기억이...
사실 흔들리는 자동차에서 가장 안정적인 곳이 바로 바닥이기 때문에
조금이라고 덜 흔들리라고 바닥에 태우고 온 것이지만(물론 바닥에 패드랑 기저귀도 깔았다!)
그래도 그때 너무 미안해서 우키는 꼭 내가 같이 가서 안고 와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금요일 밤 12시부터 금식에 들어간 우키는
토요일 아침에 배 고프다고 낑낑거리고 거의 물로 배을 채우고 있다.
우키랑 나모키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낯선 곳에 도착해서 흥분 또는 경계하는 고양이에게는 마취주사를 놓을 수 없다.
워낙 밖에 나오면 얌전한 우키지만, 그래도 안고 쓰다듬어주고 말도 걸어주고
또 병원에 살고 있는 콩콩이랑도 인사시키고 하면서 더더욱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수의사선생님이 곧바로 수술준비를 시작하신다.
하얀 타올을 머리만 내놓고 우키 위에 덮고 나모키가 두 팔로 우키 몸을 양쪽에서 부목처럼 고정시켜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안정시키면, 수의사선생님이 우키 팔에 혈관주사를 놓으신다.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서 조심조심하는데, 우키가 살짝 몸부림을 친다.
다시 안정될때까지 시간을 좀 가졌다가 똑같이 반복.
역시나 혈관은 잘 보이지 않아 감으로 놓으신다고 하는데,
베테랑답게 한번에 성공하셨다.
주사를 놓자마자 고개를 푹 떨구는 우키.
눈을 뜬 채로 벌써 의식을 잃었다.
마취상태 내내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안약을 넣은 후,
우키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곧바로 마취상태로 돌입한 우키를 보는 순간부터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ㅜ_ㅜ

30분쯤 지났을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나오신다.
우키는 아직 마취상태로 링거를 맞고 있다.
피하수액이라고 하는데, 영양분을 혈관이 아닌 피하에 주입하여 서서히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링거를 맞은 직후에 보면, 등에 불룩하게 수액이 들어있는게 보이는데
수의사선생님 말씀에 "여기다가 도시락 싸준거나 마찬가지에요."라신다.
우키 수술하고 도시락 받아왔수나!!!
아흑, 고개 떨구고 정신못차리고 있는 우키를 보니 마음이 복잡하다.
집에서는 똘갱이라고 불러도, 밖에 나오면 더더 애기같은 것이 한없이 착한 우리 우키가
네 다리를 쫘악 뻗고 눈 뜨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조금 기다렸다가 마취에서 깨어나기 시작해서 눈동자를 움직이고 고개를 가눌 수 있게 될 때에,
소독약과 엘리자베스 카라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걷기는 커녕, 소리도 제대로 못내는 우키.
우키어린이가 아니라 갑자기 우키베이비가 된 것 같으다.
마취가 모두 풀리지 않아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하고 누운 자리에서 쉬야를 해버린 우키. ㅜ_ㅜ
바둥이랑 구름이가 몰려와서 너 어디갔다왔어? 너도 당한거야? 라고 묻는 듯이 꿍얼댄다.

자꾸만 수술부위를 핥으려고 해서
할 수 없이 엘리자베스 카라를 씌워놓으니
더욱 도도해보이는 우키어린이!

세 번 꼬맸어요. 열흘 뒤에 실밥 빼주세요.


어서어서 회복되어서 다시 신나게 뛰어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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