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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TOKYO_2 키치조지

f. JiNJiN TriP

by 징징_ 2010. 5. 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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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키치조지에 도착-
구구는 고양이다'를 보면서 너무나도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 곳에만 가면 구구도 만나고, 우에노주리도 만나고, 으응? 멘치카츠도 먹고, 응? 응? 응?
그러고 보면 참으로 영화의 힘은 큰 거다;;
전철에서 방송을 해주는데 키치죠오오오-지하고 발음하는게 왠지 정겹고 재미있다.





출구로 나와서 후,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와! 정말 날씨 좋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신나는 그런 날씨, 가디건 소매를 둥둥 걷어 올리고 힘차게 걷기 시작-





잠깐 역 앞에서 나모키 흡연 중.
그 동안의 일본여행을 통해 참 좋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걸어다니면서 흡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나름의 흡연구역으로 정해진 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우리나라에서처럼 앞서 걸어가는 사람이 내뱉는 담배연기를 고대로 마시게 되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특히 아침 출근길부터 앞사람 담배연기에 휩싸이면 정말 뒷통수 후려치고 싶은데 말이다! 콧구멍이 아프다고T_T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그 흡연구역에 대해서도 더욱 엄격하게 정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일본도 흡연가들이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는 구나, 라고 탄식하던 나모키?
남편도 이제 슬슬 줄이거나 끊어보아. 살기 힘들잖아, 흐흐흐-

그나저나 나 저 불꽃표정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데.
필살의 눈알 비우기, 냐하하하-





일단 밥을 먹자, 밥을-
새벽부터 출발하느라 아침 거르고 어느덧 점심시간, 나는 슬슬 손이 떨리면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럴 땐 나에게 한시의 지체도 없이 먹을 것을 투입해주어야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원래는 명물이라는 멘치카츠를 먹으러 사토우를 찾아갔는데, 응? 
줄 서서 사 먹는다더니 사람이 별로 없네, 하면서 좋아라 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가게 맞은 편 작은 길 건너로 길게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헉! 난 못 기다려!!!! 죽을지도 모른다구!!!!
그래서 멘치카츠를 포기하고 2층으로 올라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2층에서의 식사도 기다려야 했지만, 그래도 멘치카츠 기다리는 줄에 비하면야-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밖을 내다보니 멘치카츠를 기다리는 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저-어기 끝까지 주르륵 모두 멘치카츠를 사러 온 사람들이라는거!!





점심메뉴는 철판에서 구워주는 와규 스테이크-
최상급 소고기로 질 좋고 양 적은 런치세트를 먹기로 했다.
따닥따닥 붙어 앉아서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허리도 쭈욱 펴고 바른 자세로 밥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
평소 앉는 자세가 좋지 않은 나는 일본에서 살아야 하는걸까?





아름다운 핏빛 어린 저 소고기 맛이야 말할 것도 없고, 숙주랑 그린빈도 원래 좋아하고-
그런데 내가 무척 싫어하는 당근! 카레할 때도 큼직하게 썰어 국물만 내고 건져내 버리는 그 당근이 있는거다.
여행와서 먹는 건 일단 모두 먹는다는 나름의 원칙대로 눈 딱 감고 큰 맘 먹고 먹어보았더니
허엇, 이건 당근이 아니야! 아니면 원래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걸까?
잘 살펴보니 익힌 당근을 어떤 그릇에 살짝 담궈닸가 꺼내주던데, 확실히 무척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
뭘까? 뭘까? 나에게  당근이 맛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든 그 비밀은 과연 뭘까?
그걸 모르는 이상, 또 다시 당근을 먹지는 않을 거다;;



밥을 먹고 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 나,
꼭 가보고 싶었던 내츄럴키친과 모모내츄럴을 찾아가기로 했다.
마음에 쏙 들었던 이 두 곳의 잡화점에서는, 그러나 내가 정신을 잃어 사진이 하나도 없다;;;

암튼 고심 끝에 사온 귀여운 컵들과 스푼, 테이블 매트 등은 벌써부터 잘 쓰고 있다.
내츄럴키친은 부담없는 105엔의 가격과 부담없이 쓸 수 있을 만한 퀄리티의 상품들이 가득이어서
이건 사야해! 이것도 사야해! 하면서 저절로 지갑을 열게 만들고
모모내츄럴은 확실히 좋은 퀄리티에 비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은 상품들이 가득이어서
이것도 갖고 싶어! 저것도 갖고 싶어! 하지만 내가 찍은 건 죄다 가구들이라서 작은 귀걸이 하나만 사고 돌아 나왔다.

크흑, 정말 일본에 살면 집을 이쁘게 꾸미고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계속 해서 키치조지의 골목골목을 걷는 동안 발견한 코튼필드-
가까이 붙어서 두 개의 상점이 있는데, 첫번째로 갔던 코튼필드는 원단 가게.
보세부터 값비싼 브랜드 원단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천들이 펼쳐져 있어서 도리어 고르기가 힘들었다.
뭔가 골라 보라는 나모키의 부추김에도 집에 있는 원단들이 눈에 아른거려 양심상 도저히 사지 못하고
그 맞은 편에 있는 또 하나의 코튼필트로 가서 갖가지 부자재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었다.

가게 내부에 사람도 많고 해서 사진 찍기가 왠지 미안한 마음에 소심하게 찰칵거렸더니
막 삐뚤어지고 난리도 아니지만, 대략 이런 분위기-
꽤 큰 규모의 가게에 온갖 종류의 부자재들이 가득차 있다.





한 쪽에는 사이즈별로, 색상별로 비즈들이 좌라락-
그 외에도 리본, 레이스, 방울, 참 등등 직접 무언가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이 쪽에는 온갖 종류의 단추들이 가득-
박스 겉면에 붙어있는 단추의 디자인과 가격을 확인하고 박스를 꺼내어 카운터로 가서
이거 몇개, 이거 몇개 주세요! 하면 꺼내어 계산해 준다.




손으로 하나하나 그린 듯한 나무단추들이 몹시 귀여웠지만,
가격도 꽤 비싼데다가 딱히 쓸 데도 없어서 대신 산뜻한 색상들의 기본 단추들을 몇 개 사왔다.
사다리 밟고 올라가서 맨 꼭대기 칸에 있던 박스를 내리며 나 현지인 같으다+_+ 라고 느꼈던 건 나만의 착각;;





슬슬 다리고 아프고 커피도 생각나서 들어가 본 커피 히스토리라는 상점.
자리가 없어서 커피는 못 마시고, 이 곳에서 블링블링 동 드리퍼와 케냐 원두를 구입했다.
시음한다고 나눠주던 종이팩에 든 커피가 참 맛있던데,
하나 사서 통채로 들고 마실 수도 없고해서 그냥 왔더니 나중에 가서 아쉬워지는 이 마음.


늦은 오후가 되니 거리에 사람이 점점 가득차고 급기야 걸어다니면서 마주오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칠 지경이 되자
급 피곤해진 나모키와 나는 에비스로 옮겨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중간에 베이스카페'를 갔다가 경악! 하고 나와서
북오프에서 못생긴고양이 마코'책을 사는 것으로 마음을 조금 달랬다, 흑-

뜨악했던 그 베이스카페는 이랬다.





카페 입구에서 우리는 반기는 앙증맞은 다람쥐-





가장 안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다다미방-
창가에 햇살을 가득 품은 하얀 커튼의 느낌이 왠지 좋다.





더위와 사람들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줄 메뉴로는
나모키의 차 + 딸기케익 세트, 그리고 나의 사과쥬스-
사과쥬스가 650엔이래, 직접 갈아 만든나봐' 소근소근 하고 있던 우리에게
이건... 이건... 작고 나즈막한 컵에 조.금. 담긴 이 사과쥬스는......
분명 바로 뚜껑을 딴 신선한 페트병 사과쥬스임이 분명해!!!!
뭐 이랬다. 채식메뉴가 있다는 런치를 먹어보았다면 조금 다른 평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차나 디저트를 먹으러 간다면 음.. 음.. 음.. 사과쥬스는 시키지 마세요!



키치조지는 골목골목 가만히 걸어다니면서 산책하면 참 좋을 곳이었다.
때문에 골든위크를 누리러 나온 사람들이 참 많아서 우리가 관광객인 것이 묻힌 건 좋았지만,
조용히 만끽할 수 있는 기회는 좀 줄어 든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두 평 남짓한 공간에 고소한 빵 굽는 냄새와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던 타르트 가게며
(이 곳에서 포장해 온 바나나 타르트는 나중에 호텔에 돌아가서 먹었는데, 즈-응말 눈물나도록 맛있었다)
문 앞에 흐드러지도록 만개한 꽃나무가 인상적인 작은 잡화점, 개성만점의 수입패브릭을 팍던 가게 등
좀 더 구석구석 구경하기 위해 꼭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키치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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