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홍대 함박식당+밀로커피로스터리

a. J i N J i N

by 징징_ 2011. 6. 27. 13:32

본문

일요일 저녁,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갈 때쯤 집을 나섰다.
홍대 근처에 참 오랜만에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거의 한 달만이었다.

어설픈 아침 겸 점심을 먹은 게 다였기 때문에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두리번두리번-
그새 홍대 앞은 또 변했다.
새로운 가게가 여러 곳 눈에 띄었는데 그 자리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는 도무지 생각이 안난다.
세, 네 군데의 후보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직접 만든 데미그라스 소스가 나온다는 함박식당에 가기로 했다.
카페 벨로주 옆 건물의 2층-




비가 와서 그런지, 일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조용한 실내-
곤따 함박과 오므 합박을 주문했다.





어릴 때 엄마아빠 따라가던 동네의 경양식집 같은 옛스런 의자와 탁자들-
민트색의 작은 출입문과 옛날 방식의 잠그쇠가 달린 창문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인데, 주방만큼은 생기있는 색색의 도자기 조각으로 꾸며져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녀시대 멤버 중 8명의 사진이 붙어있는 비타 500 컬렉션. 열심히 모으셨나보다, 오호홋-





나모키가 주문한 곤따 함박-
밥과 매쉬포테이토, 샐러드와 반으로 뚝 잘라 구운 통마늘에
두툼한 함박스테이크와 서니사이드업.
이렇게 완벽한 달걀은 처음이다!





내가 주문한 오므 함박-
밥과 여러 가지 채소를 넣은 스크램블드 에그, 그리고 조금 작은 사이즈의 함박 스테이크.
작은 사이즈라고는 해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두께의 패티라서 씹는 맛이 두툼하다.

전체적으로 모든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집에서 만든 것처럼 담백하다.
감동의 맛이야!까지는 아니지만 먹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든든한 한 끼이다.



커피를 마시러 밀로 커피 로스터리에 갔다.

그쳤던 비가 갑자기 다시 쏟아지자, 마스터님이 나오셔서 차양을 길게 펼쳐주신다.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단정한 매너에 언제나 조금 감동하게 된다.




오늘은 처음으로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았다.
아이스 비엔타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크림크림크림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술에 취한, 아니 어쩌면 안 취한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 취하고도 그랬나 싶다.
6, 7명의 무척 부산스러운 무리들이 들어오더니
조용히 이야기하며 커피 마시는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들끼리 큰 소리로 허세로 가득찬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내 귀에 콕콕 와서 박힌다.
불쾌한 걸 넘어서서 어이가 없는 마음에 웃음만 나오는 상황.
시장바닥에서 싸움하듯 언성 높여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은 하나같이 경박하고 경박하다.

조용한 일요일의 마무리를 하려던 계획이 와장창-
가서 뒤통수를 연타로 따다다다다닥,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나마 아, 어쩜 이런 맛이! 할 정도의 크림 덕분에 꾹 참았다.
습습후후, 마인드콘츄롤-
그래도 저래도 커피는 참 맛있다. 아, 맛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내고 일어났다.





밖에 나오는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들어, 부슬비가 되어 있다.
주말이 다 지나갔다.
그래도 잠깐 비 그친 새에 빨래를 해치워서 한결 마음이 놓이는 주말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