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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I love You

a. J i N J i N

by 징징_ 2012. 6. 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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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할머니는 오직 한 분이었다.
아빠도 기억하지 못하는 친할머니는 아빠가 아가일 때 돌아가셨고,
그래서 나에게 할머니는,
처음부터 외할머니 한 분이었다.

내가 처음 기억하는 할머니는,
그때도 나의 존재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할머니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백발의 기운없는 노인이 아니라, 활기찬 중년의 여성이었다.

지역의 꽤 큰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던 외할아버지와 함께
크고 작은 일과 역할을 도맡아 하셨던 교역자셨고
1남 5녀의 열성적인 어머니였으며
11명 손자, 손녀들의 푸근한 할머니였다.

외갓집에 가면 언제나 첫 인사는 힘찬 할아버지, 할머니의 포옹이었고
돌아오는 길의 인사는 양 뺨에 하는 뽀뽀였다.

날이 좋은 때면, 옥상에 올라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과일을 먹고 밤에는 누워 별을 보고...
반죽까지 손수 밀어 만드신 칼국수, 텃밭에서 바로 딴 야채들로 만든 음식,
깨끗한 면보에 손으로 전부 짜 주시던 특별한 오렌지주스...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는 것도, 헝클어진 머리 묶어주는 것도
모두 할머니가 해주셨다.

그런 할머니가 보고 싶다.
엄마 냄새처럼 포근하고 향긋한 할머니 냄새가 그립다.
우리 할머니, 나의 할머니...

5월 20일, 엄마의 울먹임이 섞인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수 많은 손님들을 맞이하며 장례를 치르고,
할머니의 고향이자 장지인 포항까지 다녀오고 나니
4일 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정신없던 순간들이 모두 지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오던 그 시간-
할머니의 부재가 온 몸으로 서럽게 밀려왔다.
모두 모였는데, 왜 할머니만 안 계신거지.
우리 찌꺼기 왔노, 하시던 할머니는 왜 안 계신거지.

바쁜 일상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시간들,
그러나 밤이 되고, 잠깐이라도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오면
왈칵왈칵 쏟아지는 울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보고싶은 우리 할머니...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이제 주님 곁에서 편안하게 쉬세요.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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