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다.
급기야 그저께는 밤에 누워서 덜덜 떨며 '춥다, 오빠. 춥지, 오빠? 추워, 오빠'를 반복하던 끝에
어제는 얇은 여름 홑이불을 걷어내고 약간 도톰한 이불을 꺼냈다.
경기도의 가을은 빠르게 온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거의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에 에어컨 없는 여름을 보냈다.
이렇게도 살아진다는 것이 신기하고, 왠지 또 뿌듯;;
하루에도 여러 번 샤워, 덕분에 샤워젤이나 로션 등 바디용품에 집착하게되었지만
누진세 어쩌고 하는 전기세 폭탄 걱정없이 지낸 건 좋았다. 니냐뇨-
b.
일을 하는 건 좋은데, 늘 꼬이는 스케줄이 문제-
지금도 밀린 일정 때문에 내가 가야 할 야근외근에 통언니가 대신 나갔다.
만삭의 몸으로, 암쏘쏘리 버달러뷰, 통언니! T_T
클라이언트는 하나가 아니고
내 마음 = 클라이언트 마음이 아니고
해서, 늘 뭔가 일은 몰릴 때는 몰리고 없을 때는 없....는 경우가 심지어 요즘은 없었잖아! 뙇!
하아, 정말 도통 일 없는 때가 없네!
뭐,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건 감사한 거지만,
아 그래도 이틀 연속 저녁 야근도 아니고 밤 야근하는 오늘 같은 날은
내가 내 마음대로 일정 정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과연 있는걸까 싶고-
아무튼 집안일을 등한시 한다는 둥, 다크서클 짙은 워커홀릭이라는 둥
바가지 긁는 주부 마인드로 나를 압박하는 나모키의 멘트가 또 다시 시작될 예정.
c.
어제 12시 넘기기 20분 전에 집에 도착해서
분노의 케트벨 스윙을 120회 한 후
거의 기절하듯이 침대에 누워서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로 약 3분간 연주 후,
스르르 잠들면서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은
'아 술 마시고 싶다. 술-'
몸이 힘들면 술이 땡기는 나는야 진정한 직장인 아.저.씨.
d.
맘이 싱숭생숭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이
왜 그러나 요즘...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까 9월이다. 가을이다. 나는 가을탄다.
가을타는 나. 맘이 싱숭생숭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가을이라서 그래.
아아아, 뿅, 하고 뭔가 패러랠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다.
거기서 나는 잉여로운 백수...고
아침에 여유롭게 자발적으로 8시쯤 일어나서 가을의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의자에 앉아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책을 읽다가
잠시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조그마한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장을 봐와서 소박하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고
부엌은 작지만 딱 내 취향의 물건들로만 가득 차 있고,
그렇게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사실은 나는 진짜로 백수는 아니고
직업도 있고 일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남편도 있는데,
잠시 집에서 쉬고 있을 뿐이고... 뭐래니!!!!
일이나 하자.
e.
집에 언제 가지, 또르르...
나는 오늘 빨간 버스 안에서 헤드뱅잉을 하겠지, 니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