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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3 MON

b. DaiLy NotE

by 징징_ 2008. 11. 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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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다.
굳이 숫자를 세어보지 않아도, 컴퓨터가 있는 이 방에 한기가 가득 돌고
밤마다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전기장판에 불을 올리고
아침마다 도무지 이불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11월이다.

겨울이 왔다.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몸 담고 있는 회사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그것은 내 맘대로 잠시 유예기간을 두었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예기치 못하게 앞당겨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그 고민보다는
눈 앞에서 일어나는 믿지 못할, 입이 떡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것에 넋이 나가 있었다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다음 달에는 회사가 이사를 한다고 했다.
(내가 참 싫어하는) 길 건너 종로와는 천지차이인 광화문에서,
나는 대학 시절이라는 특별한 시간에 그 나이에 걸맞는 고민을 하며 보냈고,
구석구석을 다니며 연애를 했고,
또 3년을 꽉 채워 직장생활을 했다.
한 달 쯤 있으면 이삿짐을 싸야 한다.
언젠가 부터 사무실에서 쓰는 물건들에 대한 애정과 집착을 모두 버린터라,
이삿짐 싸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 주말엔, 종훈오빠의 상견례에 참석했다.
기분이 묘했다.
나보다 더 동생같이 느껴지는 오빠의 상견례라니-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술잔을 채우는 종훈오빠는 내가 알던 그가 아닌 것 같았다.
상견례를 마치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일이고
가장 알 수 없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고 지친다.
혼자 멍하니 테트리스를 한다.
잡생각을 잊어버린다.
대신 계급에 집착하며 게임 도중 말을 시키는 나모키에게 버럭 짜증을 내고는,
나중에 오빠 아까는 미안했어"한다.
고작 게임의 등급 따위에 연연해하며
남편에게 미운 소리를 하는 내가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바둥이와 구름이의 체온에
한껏 집착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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