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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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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_ 2010. 6. 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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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도서관을 검색해서 동작도서관을 찾아냈다.
상도역에서 장승배기역을 지나 코너만 돌면 바로 동작도서관이 있고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첫 방문 때 회원카드를 발급받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보고 싶은 책도 신청할 수 있고 대출예약도 되고
살살 걸어서 산책삼아 다닐 수 있는 거리여서 괜찮은 것 같아.


회원카드도 발급받을 겸, 
지난 화요일 늦은 오후에 집을 나섰다.
혹시나 가디건을 하나 챙겨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벗어 제꼈다.
아, 더워-
  




메종드상도 힐즈의 일부-
나이든 아파트에 공포의 언덕길이지만 그래도 이 아파트단지가 좋은 건 역시
오래된 나무가 가득하다는 점 때문이다.
집 앞뒤 베란다 창문만 열어도 한여름엔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을만큼 나무들이 가득 해
이름모를 풀벌레가 집 안으로 날아드는 일도 셀 수 없이 많지만
그래도 콧구몽이 아플 정도의 매연에 시달리다가도 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금세 편안해 지는 건 참 좋다.
청량한 공기와 파릇한 풍경이 역시 나무가 좋구나, 하고 느끼게 해준다.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TGIF st.(;;)의 차양막과 벤치-
단지 내,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여러 군데의 단골벤치 중에서도
비가 와도 나무벤치가 젖지 않는 다는 점에서 나름 명당자리이다.





도서관에 도착, 3층 종합자료실에서 카드를 발급받고 읽고 싶은 책들을 찾아본다.
대학 졸업 이후 이런 책이 가득한 책장의 숲에 발 들여본 게 언젠지...
오래된 종이냄새가 가득인데, 쿰쿰한 그 냄새가 묘하게 좋다.
한 번에 4권까지 빌릴 수 있고, 대여기간이 14일이라 넉넉해서 좋다.
오랜만의 책읽기라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3권을 골라왔다.
생각보다 소장도서가 다양하고 직원들이 모두 친절해서 좋았다.

1,2층엔 개인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또 구내식당도 있다.
어릴 때 괜히 중계도서관 놀러가서 매점에서 우동 사 먹고 그랬던 생각이 났다.
그땐 탐구생활 책 받으면 이것저것 자료조사한 걸 가득 붙여서
뚱땡이로 만들어 가는게 유행이었는데, 방학하자마자 친구들이랑 중계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이것저것 자료 찾고 복사하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완전 열심히 했던 생각이 난다.
방학 초반에 그렇게 탐구생활을 완성해서 던져놓고는 내내 신나게 놀다가
개학 2,3일 전에 벼락치기를 일기 몰아쓰던 생각도 나고, 냐하하-
물론 벼락치기를 위해서는 일기는 안 써도 날짜랑 날씨, 제목은 잘 써놔야 한다. 크크 :P



책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6시 넘었어도 완전 땡볕이다.
이 더위에 절로 생각나는 하드! 아이스크림 50% 하는 수퍼에 들러서 이것저것 담아들고 신나게 걸어오는데-





그날따라 안 가던 길로 가고 싶더라니, 이사온 지 1년이 넘어서 처음으로 들어선 길에서 이 녀석을 만나려고 그랬었나 보다.
저어만큼 떨어져서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삼색냥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도 안간다.
밥 챙겨주는 까망고양이 주려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나왔던 흑관 참치캔을 주려고
딸깍, 캔을 열자마자 야아아, 너... 겁도 없이 막 뛰어오네!
캔과 함께 챙겨나온 플라스틱 용기에 참치를 담아주려는데 잘 안 꺼내진다.
성질 급한 요 녀석, 길냥이가 뭐 이래. 완전 바짝 붙어서서는 심지어 앞발질로 얼릉 달라고 성화다!





급기야는 급한 마음에 그릇을 탁, 쳐서 엎어버린다. 그렇게 배가 고팠던거야?
힐끔 쳐다보더니 정신 없이 먹는다. 흙 위에 쏟아져서 어째;;; 조심히 골라먹으렴.





안쓰럽게도 바싹 말라있었지만, 그루밍에 부지런한 깔끔쟁이인지 하얀 양말신은 네 발은 아주 깨끗하다.
카메라 들이대고 사진 찍어도 신경도 안쓰고, 뒷통수 슬슬 긁어줘도 먹느라고 정신없던 녀석-
얼마나 굶은거야... 물도 같이 주면 좋았을텐데...
여기는 1동 앞, 우리집은 저어어 오르막 9동;; 다, 다음에 줄게;;





아이스크림 녹는 것도 깜빡하고 다 먹을 때까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지켜보았다.
이제 요 녀석 때문에라도 처음 발 들인 이 오솔길로 계속 다니게 될 것 같다.
생각지도 않게 만난 삼색냥이 덕에 왠지 기분이 더더더 좋아진 하루,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길냥이와의 만남이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또 너무 경계하지 않으면 길냥이로서의 삶이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그 점이 살짝 걱정도 되고-
그래도 이 아파트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해서 너그러운 편이니 큰 일은 없겠지.


너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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