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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아게, 이이지마 나미의 LIFE 레서피 따라 만들기

d. JiNJiN KitCheN

by 징징_ 2011. 2. 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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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이이지마 나미의 LIFE를 샀다.
이제서야, 참 늦게도 샀다.
갖고 싶어, 보고 싶어 하다가 마침내 손에 넣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겹게, 꾸욱꾸욱 읽어나가게 되는 좋은 책이다.
맛있는 것도 참 많이 나온다.
사진 속 음식을 직접 맛 볼 수는 없지만
그 음식에 얽힌 자그마한 이야기들이 하도 맛깔스러워,
음식 맛은 안 봐도 알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해보고 싶은 음식을 몇 가지 생각해두었다.
그 중에 첫 번째는 역시 가라아게-
나는 닭을 좋아하고
나는 닭을 좋아하며
나는 닭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이자까야 등에서 먹었던 가라아게는 늘 맛있었다.

가라아게는 '재료에 직접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밀가루만 살짝 묻혀 튀긴 음식'이라고
LIFE에 써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장을 보다가 닭다리살을 냉큼 장바구니에 담았다.
큰 포장 안에 조금씩 소분되어 비닐포장 되어 있으니까 
한 번에 다 못 먹어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에 냉동실에 보관하던 닭다리살 두 팩을 꺼내어
냉장고로 옮겨 두었다.
하루 온종일 냉장고에서 천천히 해동시킨 다음에
화요일에 퇴근하고 와서 가라아게를 해 먹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감기몸살 기운이 으슬으슬 덮쳐오는 바람에
비몽사몽 약 기운에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몰랑몰랑 잘 녹아 있는 닭다리살아, 하루만 더 기다려줘-
내가 내일은 널 꼭 튀겨줄게.

그리고 그 내일이 오늘이다.
집에 오자마자 옷만 쓱싹 갈아입고
우선 밥을 안치고,
닭다리살을 꺼내어 책 속의 쿠킹포인트 대로
닭다리살에 있는 기름기를 정성껏 제거했다.

간을 해서 조물조물, 잠시 놔둬야 한다니까 한 쪽에 치워두고
그 동안 냉장고 채소칸을 뒤적뒤적, 시들어가는 양배추를 썰어서
찰싹찰싹, 찬물 샤워로 정신차리게 만들어 두었다.

테팔웍에 기름을 찰랑하게 부어두고,
- 이럴 때는 코스트코에서 엄청 큰 카놀라유를 사 둔 것이 유용하다.-
온도가 올라가는 동안,
두 번째 쿠킹포인트 대로 닭껍질을 잘 펴서 모양을 잡아 두었다.
그래야 깔끔하고 바삭하게 튀겨진다고 했다.
말 잘 듣는 나-

닭고기의 절반만 우선 튀기고 건져내고,
다시 기름의 온도를 올린 후 나머지 절반을 튀겨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 번 튀겨냈다.
1월의 도쿄여행 중 내츄럴 키친에서
105엔에 건져 온 스탠 튀김망+트레이를 처음으로 썼다.
이럴 때 참 뿌듯하다.

아, 다 됐다. 밥도 다 됐고 닭고기도 다 튀겼다.
다른 반찬 필요 없다. 이거면 됐다.

나와 같은 증상으로 나와 같은 약을 먹고
어제의 나처럼 헤롱헤롱 뻗어있는 나모키를 깨웠다.

맛있다고 했다.
참고로, 나모키는 음식 칭찬이 굉장히 박한 사람이다. 

집에 오는 길에 맥주를 사 왔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레서피에는 닭다리살 600g으로 나오는데
나는 400g만 했는데도, 둘이 배 부르게 먹고 좀 남았다.
쿠킹포인트를 제대로 준수하면 식어도 맛있다고 했으니까
진짜로 식어도 맛있는지 보겠다는 마음으로
그릇에 잘 담아두었다.

후식으로 어제 청담역 지하철 장터에서 사 온 찹쌀떡을 먹었다.

이미 약기운이 온 몸으로 퍼진 나모키는
찹쌀떡을 먹지고 커피를 마시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다시 책을 펼쳐들고 다음에는 무엇을 만들어볼까 뒤적였다.
몇 번을 봐도 글도, 사진도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

LIFE의 첫 머릿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단 자기 나름의 연구는 접어두고,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세요.
여러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서 함께 드세요.

녜에-
말 잘 들었다.
다만 레서피 그대로 하기에는 없는 재료들이 있어서
청주는 미림으로, 다진 생강은 생강즙으로 대체한 것 외에는
열심히 꼬박꼬박 말 잘 들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가라아게가 굉장히 맛있어서
하루의 마무리가 굉장히 기쁘게 되었다.
(밀린 빨래는 잠시 잊어버리자;;)
















+
나모키는 역시 가라아게도 마요네즈에 찍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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