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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는 벤자민무어, 일꾼은 나모키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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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징징_ 2013. 5.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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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면서 마루 깔고 도배만 한 우리집-

나무색의 몰딩이나 창틀은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한데
이상한 그림(!!)이 있는 문은 앜, 정말 싫어!!
확실히 십년 넘은 아파트라, 그 당시 유행하던 나무색, 이상한 그림, 난해한 유리의 문양....(한숨)

방문, 몰딩, 창틀 모두 페인팅을 하고 싶었지만
칠하고 말리려면 공사 기간이 최소 2, 3일 더 걸린다는 말에
여러 가지 일정이 꼬여서 그냥 포기했었다.

일단 짐부터 들이고 천천히 하지 뭐-
근데 자꾸 눈에 걸려!
그리고 토요일에 심심해!
그래 우리가 페인트 칠해보자, 직접!

올ㅋ

그래서 정자동 벤자민무어 매장으로 달려간 것이 2주 전-




논현점보다 작은 듯-





그랜드 오픈, 와-
1리터 페인트가 걸린 후기 이벤트도 있던데 이제 끝났나?
1리터에 3만원이 넘는 금액이니 나름 좋은 상품인데, 아무튼 나는 귀찮아서 패스;;





이쁨. 컬러 별로 좌르르르륵, 이런거 보면 나 또 정신 못 차리는 성격인데;;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온갖 펜들을 다 싸들고 다녀서
선생님들이 내 필통을 보면 너는 왜 목욕가방을 들고 다니냐고..... 꺄르르르르~


이곳에서는 방문한 고객마다 1:1로 상담해주는데-
아주 친절하고 명쾌하게 알려주신다.
완전 맘에 들었다!

페인팅이라고는 메종드상도 이사 처음하고
닦아도 닦아도 묵은 때가 지워지지 않는 문과 창틀에 좌절하고는
홈플러스에서 적당한 흰색 페이트 사서 칠해본 게 전부라서

집의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을 칠하는 건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
약간 걱정도 했었다.
붓자국이나 얼룩 없이 잘 칠할 수 있을까, 색깔은 잘 고를 수 있을까 등등-

근데 직원 분이
어디어디 칠할거냐 물어보고, OK 그럼 이 정도 양이면 충분하다고 말해줌
프라이머 칠할 때 붓자국 나도 괜찮은거냐고 물어보자, 문제 없다고 안심시켜줌
이전에 페인팅할 때 붓에서 자꾸 털 빠지고 붓자국 나서 힘들었다고 징징대자
그러면 이 붓으로 해보셈, 고급붓 우왕굳이라며 추천해줌
우리는 흰색이 좋은데, 그렇다고 너무 쌔한 흰색은 싫다고 말하자
이 색, 이 색, 이 색 중에서 골라보라고 함. 오, 좋은 추천, 바로 결정-

아무튼 점원과 이야기하다보면
페인트 칠 따위 진짜 아무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충 power 만!!!!
oh oh oh oh-!!!!




그렇게 우리는 프라이머 2L, 어드밴스 페인트 4L
그리고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포함된 고급작업도구세트를 사왔다.
우리가 선택한 색은 요거, edgecomb gray.
벤자민무어 매장에 있는 가구가 이 색으로 칠한거라고 한다.






짜잔, 우리집 원래 문이 이렇다.
크항, 이게 뭐야! (비명)





막 중간에 이런 무늬...... (한숨)
손잡이도 촌스럽고, 오래되어서 그런지 잘 닫히지도 않고-
이 문만 보고 있으면 막 의지가 샘솟는거다.
바꿔야해. 이대로 살 순 읎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딸리니까 조금씩 나누어서. 일단 처음이니까 방문 한 개만 해보아요.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작은 방 먼저-




금요일 밤, 퇴근하고 와서 프라이머 도포 후-

사실 페인트칠보다는 그 앞단계까지가 중요하고 또 힘들다.
문과 문틀을 박박, 깨끗하게 닦아내고 표면을 정리해주는 게 완전 힘들고
그 후로 페인트가 묻으면 안되는 부분과 바닥에 마스킹 작업-
여기까지 하고나면 후아, 잠깐 쉬자!

사실 방문까지 수시로 닦는 집이 얼마나 될까. (나만 잘 안 닦나?;;;;)
완전 묵은 때 작렬. 문틀의 틈새틈새까지 꼼꼼하게 닦느라고 애썼다.

요런 사전작업을 꼼꼼히 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

방문 표면이 번들번들 매끈할수록 프라이머도 신경써서 꼼꼼하게 발라주어야 한다.
프라이머를 열~심히 발라주고 나니 와, 뽀얗....지 않고 얼룩덜룩해!!! 이를 어째!!!!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뭐여;; 괜찮을까;; 괜한 짓 한 건 아닐까 막 백팔번뇌에 휩싸이는...





그리고 반나절 이상 말렸다가 (오래 말릴수록 도장이 견고해진다고 나모키가 말씀하심)
토요일 오전 페인팅 1회, 그리고 토요일 밤 페인팅 2회로 완성한 방문!

다 칠하고 나서 주변에 마스킹했던 것 치우고, 경첩 등에 혹시 묻은 거 좀 닦고
이렇게 보면... 하아, 뿌듯하구만! 집이 다 환해보인다 >ㅅ<





문고리닷컴에서 주문한 방문 손잡이도 새로 달아주었더니, 새로운 문이 되었어욜! 올ㅋ
진짜 문 하나로 집의 인상이 바뀐다. 그런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에 무척 고무되어 그래, 바로 이거야! 라며 흥분한 나모키와 나는 그 후로
주말마다 금요일 프라이머, 토요일 페인팅 2회 이런 스케줄로 집의 문을 하나하나 칠해나가기로 했는데....

그 후로 3주 경과-
우리는 현재,
위의 작은방 문을 시작으로 안방 문 / 파우더룸 문 / 안방 화장실 문까지 총 4개의 문과
파우더룸의 커다란 장과 화장대, 그리고 거실의 등 박스까지 페인팅을 완료하였다.

이제 남은 건 어머님방 문과 거실 화장실 문...
그리고 어깨 근육통과 만성피로! 끙차-

예정에 없던 화장대랑 서랍장까지 칠하느라 페인트도 똑 떨어진 김에
조금 쉬었다가 남은 문 두 개도 마저 칠해야지-



그동안 나모키는 유리창이랑 거울 틈새에 실리콘 쏴주고
벌어진 몰딩이랑 처진 화장대 서랍도 뚝딱뚝딱 고쳐주고,
유리문의 이상한 문양 필름지도 제거해주고
서랍장에 새로 구멍 뚫어서 손잡이도 바꿔주고
예전 열쇠구멍 빼버리고 뻥 뚫린 구멍도 메꿔주고-





요로케 열심히 반죽한 핸디코트를 필요 없어진 구멍에 채워넣고, 겉면을 고르게 다져준 후
잘 말려서 페인팅 전 표면을 사포로 매끄럽게 갈아주면 끝-

아고, 잘 한다.

세탁기 연결과 싱크대, 욕실의 수전 교체는 기본, 온갖 자동차 수리를 혼자서 하는 나모키를 보면서
나는 예전부터 생각한거지만, 이번에야말로 가슴 깊이 느꼈다.

설거지, 빨래는 죽어도 먼저 안하면서
저런거는 시키지 않아도 신나서 혼자 하고, 척척박사처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사람이 참 다 특기가 따로 있고, 취미도 다 다른 거다. 그런 거를 느꼈다.

그리고 나모키는 회사 그만두고 동네 철물점하면 참 잘 하겠다는 뭐 그런 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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